[박석희의 교육직썰] 기초학력보장법에 명기된 ‘담당’ 교원은 누구를 말하는가
몇몇 교사 담당 아닌 모든 교사의 과제 돼야[교육플러스] 모두가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음침하게 수군거리고, 누군가는 부끄러운 듯 중얼거립니다. 큰 소리로 들리는 것은 온통 풍문뿐인데, 풍문만 들으며 살기에 교육은 인간사에 너무 중요한 주제입니다. 어렵지는 않게, 핵심을 알기 쉽게 본질까지 꿰뚫는다는 자세로 여러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교육플러스>는 박석희 선생님과 함께 풍문과 현학의 시대, 알기 쉬운 직썰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교육플러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안양만안)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초학력 보장법’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안정보 시스템에 공개된 이 법안은 ‘자아를 실현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에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 구축’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제안되었다고 한다. 이 법은 기초학력 보장위원회의 구성·운영과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수립을 규정하여 기초학력 보장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으로 옮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는 것이 단순히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지정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법안의 주요 내용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과 직접 부딪히는 교육 현장과 관련된 부분은 ‘바’의 학교의 장이 효율적인 학습지원교육의 수행을 위해 담당자 교원을 지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누군가 이 업무의 담당자가 된다면 그의 업무 분장표엔 기초학력이 더해질 것이다. 교무실에 공문이 분배되고 기초학력에 관련된 보고와 서류 처리, 매뉴얼에 기초한 강사 선발 및 강사료 품의 등 인사관리가 종례 이후 시간을 들여 씨름해야 할 잡다한 일들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번 해엔 기초학력 업무를 맡았으니 다음 해엔 다른 사람이 맡는 것이 경우에 맞을 것이라며 기초학력은 선생님들 사이를 떠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짐짝이 될 것이며, 학생의 기초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네가 기초학력 담당자인데 내가 왜 네 업무에 대해 신경을 써야하냐는 아귀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업무 분장표를 이루는 업무 하나하나는 모두가 큰 사회적 관심을 몰며 우리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학교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던 문제들이다. 그것은 법이든 시행령이든 정해져 나름의 책임 주체와 제도적 틀을 짜 학교 담당자 교사의 업무로 내려왔다. 그때마다 해당 업무들이 목표로 하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 학교 교육의 질적 발전을 가져왔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것은 그저 잡다한 업무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고 서로가 떠맡지 않으려 감정을 상하는 말을 주고받던 귀찮은 일들이었다. 그것이 드러낸 것은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잡다하게 많은 책임을 떠맡아 표류하고 있는 학교의 남루하고 누추한 현실일 뿐이었다.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초학력 보장법에서 규정하는 기초학력이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을 이야기한다.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한 바가 있으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잘 알고 익혀야 될 일들을 제대로 할 줄 아느냐를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기초학력 보장법이 다루는 문제는 한국 공교육이 수립된 이래 단 한 순간도 학교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문제다. 현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들과 부딪히며 한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의 문제와 개인으로서의 학생이 안고 있는 성장과 발달의 문제를 다루어야 할 교사라면, 피상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졌고 교육 당국이 이를 더 무겁게 다루겠다고 인식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 새로울 것 없는 반복되는 문제가 왜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돌아왔는지 되돌아보고 법과 제도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학습 과학과 인간적 만남의 층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 긴요한 문제들에 접근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초 학력의 문제는 너무나 중요해 업무와 담당자의 문제일 수가 없다. 그것은 공교육의 존립과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학교의 존재를 건 문제이기도 하며 교사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아한 것은 이것이다. 기초학력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알겠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 왔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중위권의 학생들이 확 줄고 하위권이 폭증하여 학력 양극화 현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이와 같은 현상들의 전조를 읽고 미리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얘기를 했을 때 그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 왔는가? 그에 대해서 충분히 반성은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인가? 학생들의 학력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했을 때, 학력이라면 줄세우기 학력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둥 문제풀이 능력이 어떻게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완전히 측정할 수 있겠느냐는 둥 그보다 학생들이 배우는 양을 줄여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줄이고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는 둥의 말들이 이어져왔다. 학력관의 문제는 교육관의 문제와 같다. 교육과 학습에 대한 소신은 교육자마다 충분히 다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주관적인 학력관과 비형식적 평가관을 말하던 교육청과 인사들이 이제 와서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집중과 지원, 수업 철학에 대한 재정립이 아니라 단순히 법을 만들고 업무로 만들어 자원을 때려박는 방식으로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벼드는 모습을 보니 과히 유쾌하진 않다. 애초에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고생도 하지 않았으리라. 학교의 기본은 교육에 있어야 하며 교육의 핵심은 수업에 있다. 학교의 학사 일정은 교사의 수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은 대개 중심 활동과 중심 주제가 되는 지식들에 대한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대규모 학급일수록 중심 활동과 중심 주제 학습에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발생할 수 있다. 7차 교육과정은 개정 시기부터 이런 이들을 위한 개인별, 수준별 학습을 지향해왔다. 이들을 위한 수업과 과정을 따로 구성하고 보조해주는 것은 교육과정 문서에 이미 서술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학습 과정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학업 지도에 대해서, 열정적인 교사가 학생의 학습권 보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노력으로 응원해줬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인권업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나머지 공부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인권 침해라고, 학생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잘못된 경쟁 이데올로기에 의해 학생들을 학대하는 일이라는 비난이 날아들었다. 평가가 학생들을 학대하고 있으니 평가도 없애거나 언어적으로 설계된 문제 상황에서 올바른 답을 구하는 지필 평가보다는 활동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수행 위주로 바꾸고, 중심 활동과 중심 주제가 되는 지식들에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놀이처럼 수업을 구성하라는 진단이 따라왔다. 가장 낮은 단계의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진 수업은 당연히 더 높은 지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학생들을 놀이에 머무르게 했을 뿐이고,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통해 진학과 진로를 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사교육을 향하게 했다. 공교육은 지적 발전을 통해 인생을 탐구하고 더 높은 인격적 만남으로 승화되는 공간이라기보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놀이공간이라는 방향성을 향해 나아갔다. 그 결과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교의 위기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학생들의 지식 이해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느 단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설계된 지필 평가 도구로 학습 문제를 진단해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전통적 처방으로 돌아왔다. 수업을 연구하고 수업 전문성을 길러 이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교사가 아니라, 그 교사가 수업 연구할 시간을 쪼개 기초학력 수업을 할 외부강사를 위한 인사 작업을 하게 하는 더 안 좋은 방식으로 말이다. 몇몇 이들에 의해 주도된 흐름으로 인해 이제 교사는 학생들의 학력을 책임져주는 문제에서조차 외부인력에게 전문성을 말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초학력 문제는 어딘가 고약하게 꾸며진 부조리극을 보는 기분이 든다. ‘참 학력’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기초학력이라는 말이 참 고약하게 들린다. 참 학력이든 기초학력이든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이해하고 그 구성물인 지식을 획득하고 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에선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문제를 몇몇 담당자가 아니라 교사 모두의 과제로 돌려줘야 한다.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들이 수업과 학습에 있어 영역을 보장받고 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첨예한 현장에서 열심히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대가는 더 많은 비용과 더욱 나빠진 형태로 악화된 문제들일 뿐이다.
|
대한교조+올교련 여름방학 교사연수 – 현실을 넘어 미래로
[심준수 교사] 실패한 부동산정책과 LH사태에 대한 책임을 일반공무원과 교사에게 돌리는 현 정부를 규탄한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지 4년이 지나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져갔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는 높아져가며, 대출은 규제되어 내집마련은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이런 상황 속에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라는 거대 비리가 터졌고, 그동안 분노를 참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하기에 이르렀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정의로움을 슬로건으로 삼던 현 정부는 준 공무원이라 불리는 공기업 직원들의 비윤리적 투기를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일반 공무원들을 비롯 교사들까지 재산공개를 하겠다며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 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무 관련 없는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을 강제로 공개하는 것이 아닌, 실제 관여를 한 주택공사 직원들과 이를 알고서도 방조한 여러 고위공직자들을 제대로 처벌하는 일이다.
주택공사의 내부정보를 사적재산증진에 사용한 것은 기회의 공정함도 아니고, 결과의 정의로움도 아니다. 이는 교사가 주변 사람들에게 시험문제를 가르쳐주어 성적을 높여주는 것과도 같은 문제로 보아야함이 알맞다.
성적 비리에 대해 전 공무원의 주변사람 중 교직원이 있는지 파헤치지 않듯이, 부동산 비리에 대해 전 공무원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성적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공무원의 주변에 교직원을 밝힌다 하여 국민의 박탈감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의 재산을 공개해도 국민의 분노는 식지 않는다. 이는 정의를 위하는 척 하는 하나의 술수일 뿐, 실제는 다른 대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올바른교육을위한전국교사연합(이하 올교련)은 현 정부에게 공무원 재산공개에 대한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앞으로도 갖가지 공직자 비리에 대해 교사를 비롯 일반 공무원을 희생양 삼는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올교련의 1주년 기념 자료집을 발간합니다.
올교련의 1주년 기념 자료집을 발간합니다.
비록 어설프고 소심한 발걸음이지만 멈추지 않고 이어갈 첫발자국입니다.
많은 격려가 필요합니다.
더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실>의 <통합>게시판을 참조해주셔요.
도시 밖 학생도 좋은 교육 받아야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친 후, 학교는 사회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공포에 위축돼 있다. 계속되는 개학 연기로 학교는 아이들과 3월의 시끌벅적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의 죽은 듯한 적막이 교육자로서의 생명감을 앗아가는 기분이 든다.
보호자 격차가 디지털 격차로
세계적인 전염병이 백신도 없는 채로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 지금, 교육 행정당국은 신학기의 시작을 4월까지 미루고 학교급별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학생 안전과 전염병 예방을 위해 등교를 허용할 수 없으면서도, 학습이 기약 없이 미루어짐에 따른 결손을 어떻게든 보충해야 한다는 현실과 이상의 타협으로 보인다.
온라인 개학이 발표되기 전 개학이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을 때부터 학교는 원격교육 준비로 분주했다. 방학을 줄여가며 교과 시수를 유지하면서도 선생님들은 디지털 교과서나 각종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등교를 못 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했다. 교사마다 전부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냐며 인터넷 방송에 필요한 설비는커녕 촬영 장비도 제대로 없는 학교의 현실을 돌아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인터넷 방송을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많았다.
부랴부랴 경기도 농어촌에 있는 전교생 40명 규모의 마산초 선생님들은 마을에 넓게 흩어진 농가들을 한두 시간씩 운전해가며 일일이 방문해 교과서를 나눠주고 학생마다 원격교육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디지털 기기에 어두운 노쇠한 보호자들은 문자 알림으로 오는 교원평가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과제를 인쇄해 활동할 수 있는 프린터가 없기도 했다. 마산초는 디지털 격차와 정보 접근성이 비껴가는 경계선 위에 있었다. 학생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선생님들을 보고 반가워 깡충깡충 뛰며 반가이 맞이했다.
학교 교육이 빛이 바래지 않는 의미를 갖는 것은 공적인 의미 때문이다. 학교 교육은 다양한 통로로 양질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더 나은 인격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함은 물론 학교 교육이 아니면 제대로 된 배움과 사회적 경험의 기회를 얻기 힘든 학생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찬 걸음을 걸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외진 마산리에 아직도 학교가 있는 것은 도시 문명의 바깥에 놓인 학생들도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공공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환경 좋은 학생만 누리는 교육
아직도 우리나라엔 자기 공부방을 갖지 못하고 끼니를 걱정하며 디지털 도구에 무지하고 자녀의 학습에 큰 관심이 없는 보호자들 밑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덜 자란 이들은 교실에 앉아서도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지 않고 끊임없이 장난을 친다.
이들을 원격교육으로 충만하게 학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학교 교육의 제도적 본질을 간과한 믿음이다. 인터넷 강의와 과제 수행만으로 훌륭한 학습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갖춘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과연 외딴 섬, 깊은 산골에까지 학교 건물을 짓고 온갖 결함과 씨름하는 학생들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대신할 수 있는지는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2020.04.07
올바른교육을위한전국교사연합 교사 박석희
[유니샘의 교실이야기⑭]’서해 수호의 날’은 생략하고 ‘세월호 추모’는 공문 내려보낸 교육청
- 최초승인 2018.05.09 09:13:01
- 최종수정 2018.05.09 18:30
‘교육 중립성 확보를 목적’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시행한 계기교육 기준 2018년 폐지
‘기존’ 계기교육 지침은 통제적인 성격이 강했다?
어긋난 형평성, ‘세월호’는 ‘공문’으로, ‘서해수호의 날’은 ‘게시글’로
학교현장에는 ‘계기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교육부의 고시에 따르면 ‘계기(契機)교육이란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았던 특정 주제에 대하여 교육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교육을 총칭하여 사용하는 명칭’이라 되어 있다. 즉 6.25 기념일엔 6.25에 대해, 제헌절엔 법제정에 대한 의미에 대해, 그리고 총선이나 대선 즈음엔 대의정치와 민주정치에 대해 교육하는 것 등을 말한다. 그러한 계기 교육의 지침 덕에 시의적절한 시사적 현안을 적절히 교육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 계기교육실시 시 꼭 유념해야할 ‘교육의 중립성’
2016년 교육부는 ‘헌법 및 교육기본법에 근거한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 별 계기교육 지침을 마련하고, 초․중등학교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는 계기교육의 목적과 절차에 충실하도록 할 것을 강조하였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13-7호(2013.12.18.))에도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사회 현안에 대해 학생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하여 계기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단, 계기교육을 실시할 때에는 학년 및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작성한 교수․학습과정안 및 학습자료에 대하여 학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실시하도록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정하고 있다. 이하 세부적 지침으로 ‘교육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계기교육 및 부교재 활용’ 등에 관해 각 시도교육청에서 계기 교육 지침을 정비한 후, 2016년 4월 중 각 급 학교에서 시행하도록 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에서 재차 삼차 계기교육의 중립성에 무게를 둔 이유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가치판단이 미성숙한 학생들이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육의 중립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은 교육이 교육으로서 가치를 가지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2016년부터 학교현장에서 잘 지켜지던 계기 교육 지침은 2017년 12월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정한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에 따라 사라지고 말았다.
● ‘통제적 성격’을 내세워 사라진 계기교육 지침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17년 12월 12일 정한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1단계 우선 정비 과제 가운데 하나로 ‘각종 계기교육 지침 폐지’를 명시했다. 광주교육청은 2018년 3월 곧바로 계기교육 지침을 폐지했다.
박근혜정부 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념 편향적 교육은 ‘교육의 중립성 확보’라는 이유로 일선 학교에 계기교육 지침이 강조되었었다. 그 당시의 지침은 사회적, 정치적 현안 문제를 다루는 계기교육을 할 경우, 학교 교육과정위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실시 방향을 설정하도록 했었다. 예를 들어 황사에 대비한 환경교육은 적합한 사례이고, 전교조 법외 노조 반대와 한국사 교과서 부당 검정 등은 부적합한 사례로 제시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교육은 지침에 따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018년 3월 광주교육청은 관내 전체 학교에 공문을 보내 ‘계기교육 지침이 폐지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학교 민주주의 실현과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배경과 함께. 광주교육청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계기교육에 관한 사항에서 ‘계기수업을 실시할 경우, 계기교육에 따른다’는 문구를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지도의 방향을 신중히 검토한 다음 학교장의 책임 아래에 실시한다.’로 바꾸어 학교가 자율적으로 방식 등을 정하여 학교장의 재량에 따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계기교육 지침은 통제적인 성격이 강했다”며 “학교 민주주의 실현과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계기교육 지침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통제적 성격’이 강했던 계기교육 지침을 학교 자율성을 위해 폐지하겠다는 선언이 달갑지 만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일체의 계기교육이 교육부나 교육청 단위로 전달될 경우, 형평성 있게 다루어져야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불편함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 ‘업무경감’을 위한 ‘공문 줄이기’는 ‘서해의 날’ 공문에만 적용?
교육청에서 일선학교에 전달하는 ‘공문’은 두 가지 형태로 주어진다. 학급학교를 지정하여 수신을 명기하여 내려 보내는, 말 그대로의 ‘공문’이 있고 ‘공문 게시’라고 하여 공지사항처럼 관심 있는 각급 학교 담당자가 자의에 의해 확인을 해야만 하는 공문이 그것이다. 일일이 수신자를 지정하는 경우 의무사항이든 협조사항이든 담당자가 지정되고 공문을 반드시 수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게시공문은 공지사항과 유사하다. 관심 있는 사람만이 열람할 뿐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뒤져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해마다 ‘서해수호의 날’ 홍보를 위한 공문이 각급 학교로 배포되었었다. 올해로 제3회를 맞는 ‘서해수호의 날’. 그런데 올해 그간 지방보훈청이 보내오던 공문이 보이지 않았다. 지방보훈청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혹시 외압(?)이 있거나 담당자의 실수나 판단착오였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지방보훈청에 전화를 걸어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보훈청 담당자도 교육청에 따져 물었다고 했다. 왜 해마다 각급학교에 공문으로 발송하던 것을 ‘게시공문’으로 바꾸었느냐고. 그랬더니 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로부터 들은 답변은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공문 줄이기 일환 때문에 “게시글” 형태로 발송했다’는 것이었다. 뒤져보니 게시공문 안에 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세월호 추모’를 위한 공문은?
게시 글이 아니라 수신처가 명기된 “공문”으로 전달되어있었다.
업무경감은 ‘선택적’으로 필요한 모양이다.
게다가 지방보훈청의 ‘서해수호의 날’ 공문은 발송처가 발송하는 형태였으나, ‘세월호 추모’ 공문은 생성한 곳이 시교육청이었고, ‘각급 학교에 일괄 발송한다.’는 내용이 공문에 포함되어 있었다. 공문을 수령하는 일선학교에서 두 개의 공문을 받아들이는 무게감(?)은 어떨 것이며 따라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또 어떨 것인가. 나라사랑을 강조하는 ‘서해수호의 날’과 ‘세월호 추모’가 다르게 취급되고 있다는 이 사실을 일선학교 교사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 ‘서해수호의 날’도 ‘세월호 추모’도 계기교육 대상이라 해야 한다면, 이런 상황을 두고 형평성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누가 좀 명쾌한 설명을 들려주면 좋겠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공지사항] 올교련 홈페이지 오픈
올교련 홈페이지 오픈